사(史)적인 이야기

종로가 그립다.

바보는즐거워 2009. 10. 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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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린 종로는 나만의 느낌인지는 몰라도 초라했다.

1.영화는 종로였다.

까까머리 학생때 종로는 내가 아는 유일한 영화를 볼수 있는 거리였다.


장군의 아들의 단성사


접속에서의 한석규,전도연이 만났던  피카디리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멀티플렉스 서울극장


쉽게 접할 수 없는 좋은 영화를 고집하던 시네코아,코아아트홀


낙원상가 꼭대기 허리우드 극장

이런 거대 극장이 몰려 있던 종로는 영화 거리 였다.
영화 한편을 보려면 끝도 없는 줄을 서서 예매를 해야 했다.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사랑과 영혼"을 보기 위해 수백미터의 줄을 기다려서 보았다.
언체인드멜로디가 배경음악과 데미무어의 아름다움은 지금도 기억속 또렷이 기억난다.
지존무상의 유덕화가 영화속에서 피우던 말보로 담배를 따라 피곤 했으며 주연 여배우 관지림은 왕조현과 함께 꿈속에 여배우 였다.
이러한 환상적인 영화에 대한 기대도 기대였지만 더욱더 큰 것은 막연한 종로에 대한 동경이었다.
그런 종로의 극장들이 족보에도 없던 프랜차이즈 극장에 밀려서 사양길을 걷고 있다.
단성사와 피카디리는 주인이 바뀌어 어색한 멀티플렉스로 변경되었고
고집있는 극장 시네코아와 코아아트홀은 폐관 됐으며 허리우드는 삼류극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종로의 극장가는 예전의 화려함이 없다.
극장앞 고구마 튀김과 부순떡을 파는 아줌마의 모습이 더욱더 예전의 종로를 그립게 한다.



2.전자는 종로였다.






영화를 보고 온갖 소문이 나돌던 세운상가를 들리곤 했다.

실제 총기를 판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잘못 걸리면 새우잡이로 끌려 간다는 둥..
세운 상가는 두려움과 호기심을 함께 가진 상가였다.

요즘은 거들떠 보지도 않을 이름모를 야한 잡지 사거나 용돈을 열심히 모아서 비디오 테이프을 구입 했다.
설레임을 가득 안고 틀어본 비디오는 엉뚱한 전원일기나 이름 모를 홍콩영화가 부지기수였다.

용산은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백업시디가 나온다는 전설의 상가.

4석 라이오 키트를 조립해서 노이즈 속에 희미한 AM 라디오의 감동을 준 공간

용산 전자상가 탄생전 세운상가는 대한민국 전자의 메카 였다.허나 세운 상가는 반쪽만 남았다.

그리고 곧 아날로그 감성의 공간 세운 상가는 사라진다.

공원이 된 앞뜰을 보면서 곧 그런 모습이 될 남은 상가는 씁쓸한 웃음을 보내는 듯 하다.

가든 파이브로 쫓겨가는 세운의 마지막이 횡하다.











3.먹거리는 종로였다






피맛골에 고갈비와 낙원상가 앞에 국밥집, 인사동의 막걸리 집은 맥도날드, 버거킹, 피자헛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건 내가 사는 동네에서 쉽게 볼수 있는 프랜차이즈다.
피맛골은 재개발 된다고 한다. 이제 미로같은 피맛골의 기억은 추억이 될듯하다.
허름해도 사람 냄새가 나던 종로의 막걸리를 찾기 힘들것 같다.


4.음악은 종로였다.



1987 겨울. 졸라졸라서 세고비아 클래식 기타를 낙원상가에서 샀다.
포크와 클래식 기타를 구별도 못하는 놈이 그냥 기타가 폼나서 졸라서 장만했다.
그렇게 낙원상가와 인연을 맺었다.
낙원 상가는 국내 유통되는 모든 악기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기 상가가 200여개 넘고
이런 음악 상가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어 기네스북에 등재 되어 있다.
음악 무외한인 나도 아쉬움이 그득한데 그곳 사람들의 가슴은 어떠 할까?


누군가를 욕하려는 것이 아니다.
왜 허름하고 낡으면 없어져야 하는가?
그것이 전통이고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라는 생각은 안하는가?
도시 재정비, 도심녹지화  좋은 정책이다.
허나 수십년의 근대역사를 함께한 우리의 문화도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청계천 이쁘다. 허나 청계천에 살던 수많은 상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황학동 벼룩시장은 인적도 없는 어느 한구석에 몰아버렸다.
고치고 다듬으면 소중한 문화인데 왜 없애려 하는가?
대도시는 모두 똑같아 지고 있다.
서울의 명동,신촌 광주의 충장로 대구의 동성로 부산의 중앙로 대전 궁동
대도시의 유명한 거리 이름이다. 이 거리에는 쇼핑타운과 맥도날드,폴로,나이키로 구성되어 있다.
도시마다의 컬러는 없다. 도시에 정체성은 사라졌다. 종로는 그렇게 될것이다.
도로 한복판에 생긴 광화문광장보다 수돗물이 흐르는 청계천보다 사람냄새가 하는 종로가 좋다.


나만의 종로를 꿈꾸는게 아니라 우리 추억의 종로를 그리워 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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