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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식합니다.(食食)

일요일은 짜파게티 먹는날이 아니고 목욕탕 가는날

by 바보는즐거워 2019.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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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될까 싶은 자리에 위치한 30년은 훌쩍 넘은 역사를 가진 목욕탕이 있다.
학창 시절에도 그 목욕탕은 있었다. 중간 새로 짓는 기간을 제외하면 꾸준히 영업중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요일 점심때가 지나서 아들녀석과 함께 주중 행사처럼 다닌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들은 이제 물장구를 치러가고 난 세신사에게 몸을 맡기러 간다.
세신이라는 단어보다 때밀이가 편한것은 나이때문일까?

여하튼 매주 목욕탕에서 때는 미는 것은 몸을 정갈히 하고 마음에 다스리는 의식같은 것이다.
때를 밀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주를 힘차게 시작하자는 나만의 주문이다.

이 오래된 목욕탕에 1년전부터 세신사가 자주 바뀐다.
꽤 오랫동안 하던분이 나가고 2-3개월에 한번씩 바뀌고 있다.
주인에 대한 불만, 일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하다가 여지 없이 다음주에 가면 바뀌어져 있다.

벌써 몇번에 세신사가 바뀌고 나서야 지금에 베테랑 세신사을 만났다.
예순 청춘으로 보이는 세신사는 자신은 차원이 다른 때밀이라고 소개하면서 작업(?) 시작한다.
때는 미는것이 아니라 말아 올리는 것이라면서 동문수학한 다른 한명 제외하고는 자신이 보지 못한 스킬(?)은 인정을 못한다고 했다.
다소 거칠고 강한 때밀이 방식과 거침없는 중요부위 습격(?) 그리고 세신후 안티푸라민이 아니고 좋은 마사지 크림이라며 등에 발라주는 안티푸라민 향 크림도 인상적이다.
몇주가 지난 지금 그의 거칠고 강한 때밀이 방식은 다소 부드러워졌다. 동네 고객 맞춤 서비스에 맞춰 변화 된것으로 추정된다.
항상 비슷한 시간에 가는 나는 제법 손님이 밀려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항상 세신을 한다.
세신할때 민망함에 항상 눈을 감고 이야기를 듣지만 긍정적인 그의 생각에 기분이 좋다, 
처음에는 피식 나오는 헛웃음과 함께 귀여운 허세라고 생각 했는데 그는 자신의 일에 강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벌써 5번째 세신을 하지만 아직도 날 알아보지는 못한다.
처음 본 손님처럼 꼭 같이 간 아들녀석에게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사준다.
어른은 먹고 싶으면 돈내고 사먹으면 되지만 애들은 그게 안된다며 먹고 싶은거 고르라 한다.
아들은 매번 번죽 좋게 매실주스를 고르고 집에 있는 승아와 먹겠다며 호주머니에 챙긴다.

그렇게 나의 일요일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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